부부 냉면
전화번호 : 051-552-6964
영업시간 : 오전 8시~오후 8시
휴무일 : 둘째 넷째 주 수요일
보통 퇴근하고 한두 시간은 걷고 집에 들어가는 편이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너무 추워져서 걸을 수 없었다.
몇 달을 걷다가 고작 일주일 안 걸었을 뿐인데 걷고 싶지가 않았다.
그냥 한잔 하고 싶었다. 이유는 없다.
(그와중에 혼술이 하고 싶었다ㅋㅋㅋ)
적어도 기분이 다운되었을 때 술을 찾는 편은 아닌 스스로를 알기에
마음에 드는 가게가 있으면 들어가려고 무작정 걸었다.
걷다 보니 이 가게가 보였는데 냉면을 가위로 잘라먹으면
그렇게 맛있는 소주 안주가 없다는 정보가 기억나서 바로 문을 열었다ㅋㅋ
푸근한 분위기의 가게다.
들어서니 이미 술자리를 하고 있는 테이블이 보여서
소심하게 티브이 밑 영업시간을 찍어본다 ㅋㅋ
그 와중에 KBS1TV가 틀어져 있는 것조차 푸근해 보인다ㅋㅋㅋ
개인적으로 평양냉면을 정말 좋아한다.
우연히 들어온 가게에서 평양식 냉면을 파는 것을 보고
반갑기 그지없었다ㅋㅋㅋ
혹시나 소주를 팔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먼저 먹고 있는 테이블을 발견하고 1차 안심 후
메뉴판을 보고 2차 안심을 했다 ㅋㅋ
쓸데없는 호기심이 많은 편인데
저 가려진 메뉴는 무엇인지 참 궁금하다 ㅋㅋㅋ
나는 곧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이다.
태생은 부산인데 20대 전체를 윗동네에서 보냈다ㅋㅋ
명절이나 되어야 부산에 내려오곤 했는데
어느 날 대선이라는 소주가 나왔단다.
그래서 먹어보니 이렇게 맛있는 소주가 있었나? 하면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 다시 서울을 올라가서 먹질 못하다가
이제 부산에 내려와 지내니 소주 당기면 바로 대선이다 ㅋㅋ
이 집은 간판 이름답게 부부가 계신다.
내가 이 집에 들어섰을 때는 어머님은 안 계셨고 아버님이 주방에 계셨는데
귀가 좋지 않으신 모양이었다.
세 번을 안녕하세요~하며 말을 걸었는데 뒤돌아 보시지 않으셨다ㅋㅋ;;
결국 어찌어찌해서 주문을 했다.
소주는 제가 가져갈게요. 하고 냉장고 문을 열고 챙겨 왔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소주를 들고 테이블까지 오셨다;;
그 마저 듣지 못하신 듯하다 ㅠㅠ
그러고 조금 멍하니 앉아있다 보니 어머님께서 들어오셨다ㅋㅋ
잠시 자리를 비우셨던 것 같다.
그리고서는 다시 주문을 받으셨다(응??)
물냉면을 주문한 게 맞다고 말씀드리고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소주 뚜껑을 열지 않았다ㅋㅋ
드디어 냉면이 나왔다.
지금 봐도 정말 보기 좋은 비주얼이다.ㅋㅋ
평소 패션센스도 없고 미적 감각도 없지만
음식이 주는 색채의 조화를 볼 때마다 한 번씩 놀랄 때가 있다.
이 집의 냉면도 수수한 듯 하지만 화려한 비주얼이라고 느껴졌다.
좋은 건 크게 크게~~
계란 위에 깨알같이 뿌려주신 고춧가루가
냉면의 아름다운 자태를 더욱 뽐내는 것만 같다ㅋㅋ
그런데 맛은 내가 알던 평양냉면의 맛은 아니었다ㅋㅋㅋ
첫맛은 좀 짜다고 느껴졌는데
얼음이 조금 녹고 난 후 간이 딱 맞았다.
안주삼아 면발을 잘라서 숟가락으로 떠먹으려고 했는데
어머님께서 가위를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면발을 안 잘라먹는 것을 추천한다고 하셨다ㅜㅜㅋㅋㅋ
그래서 차마 잘라먹지는 못했다ㅋㅋ
이 집 면발은 참 인상적이었는데
면이 쫀쫀~~ 하다.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라고나 할까나..
뭔가 기분이 묘했다ㅋㅋㅋ
마구마구 먹고 싶은 맛이라고나 할까ㅋㅋㅋ
안주용으로 먹으려면 조금씩 아껴 먹었어야 했는데
면이 너무 맛있어서 막 먹다 보니
이미 한 그릇을 다 비웠는데 소주가 반이나 남아있었다ㅠㅠ
이것을 남기고 가야 하나 다먹고 가야하나 고민하던 찰나...!
어머님께서 돼지껍질을 서비스로 주셨다ㅠㅠㅋㅋㅋ
이 식당에서 나오는 메뉴는 아니고
두 분이서 저녁 식사로 드시려고 만드신 건데
먹어보라고 주신 거란다ㅋㅋㅋ
아.. 국물 가지고는 안주 못하는 스타일인데 정말 감사했다ㅋㅋ
근데 그 와중에 정말 맛있는 껍데기였다..ㅋㅋ
돼지 잡내가 하나도 안 나고 짜지도 맵지도 않았다ㅜ_ㅜb
여기 단골이었으면 이 메뉴도 팔아달라고 얘기했을 텐데
이 집은 처음 온 집이라
그렇게까지 말하기에는 조금 민망해서 가만히 있었다 ㅋㅋ;;
먹다 보니 다른 테이블에 계신 분이 내 것까지 계산을 해준다고 하셨다.
곧 서른인데 술이 조금 취하셨는지 계속 학생이라고 부르셨다ㅋㅋ;
다섯 번을 넘게 사양한 것 같았는데 계속 사양하니 사장님도 거들어주셨다ㅋㅋ
젊은 이들이 성공해야 한다면서 힘내라고 해주신 손님이 참 고마웠다.
소주를 한잔을 남겨 둔 상태였는데 껍데기 두 점을 또 얻어먹었다.
보기 좋게 고추 하나씩 예쁘게 올려다 주셨다ㅋㅋ
태어나서 혼자 소주를 마신 건 오늘이 세 번째이다.
그 세 번 중 오늘이 가장 기분 좋은 날인 것 같다.
사람 냄새나는 이곳에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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